[씨줄날줄] 설 인사말/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수정 2007-02-17 00:00
입력 2007-02-17 00:00
초등학생이라 밝힌 어느 네티즌은 “만수무강하세요.”라는 말을 형·누나들이 앞에서 써버리니 순서가 맨 마지막인 자신은 늘 인사말이 궁하다며 좋은 말이 없느냐고 질문했다. 조회가 6000회 가까운 이 질문의 답변은 이렇다.“제 용돈 많이 주실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하시는 일 잘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답변은 “애교로 보일 수 있게 속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좋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해마다 세배를 하거나 인사를 나눌 때 인사말이나 덕담에 빈곤함을 느끼기는 어른이 되어 자식까지 둔 지금이 되어서도 초등학생 네티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예절문화원의 남상민 원장은 가족끼리 나눌 설날 인사말에서 지켜야 할 몇가지를 일러준다. 흔히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들 하지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써서는 안 된다고 한다. 복을 내리는 것은 윗사람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연령에 관계없이 건강을 빌고 일이나 공부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지만 지난 한해의 노고에 대한 격려, 도와준 데 대한 감사의 말을 먼저 하는 게 좋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어른들에게 올리는 인사말, 아이들에게 내리는 덕담만 생각하지 말고 부부간이라도 꼭 절을 나누고 인사말을 주고 받으라고 충고한다.
이런 원칙들만 머릿속에 넣어둔다면 가족의 특성에 따라 인사말·덕담에 얼마든지 상상력을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지혜가 담긴 말, 상대가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 그리고 격려와 고마움을 담은 인사말을 오늘 하루 생각해 두고 설날 아침을 맞는 건 어떤가.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07-02-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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