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강릉 가자!”/이용원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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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2-08 00:00
입력 2007-02-08 00:00
며칠전 불알친구 다섯 명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다들 서울 하늘 아래 살면서도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다같이 만나는 건 두어달에 한번 꼴이 될까 말까 했다. 그날도 근황과 가족 안부를 서로 묻고는, 그동안 수십번은 했을 법한 옛날 이야기로 되돌아갔다. 웃음소리는 갈수록 높아졌고, 술자리도 거듭 바뀌었다. 마지막에 간 술집에서 느닷없이 한 친구가 외쳤다.“야, 우리 강릉 가자! 지금 당장.”또 한 친구가 “그래, 가자.”하고 바로 동조했다.

동해…. 좌절과 분노, 방황으로 점철된 청춘기에 무작정 찾아가던 곳.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를 포근히 감싸안으며 등을 토닥여 주던 곳. 우리는 곧 의기투합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계획에 들어가자 하나씩 발을 뺐다. 월급쟁이 둘, 사업가 둘, 엄처시하 한명으로 이루어진 다섯 친구는 결국 출발하지 못했다. 처음 강릉행을 제안한 친구만이 나머지의 비겁함을 나무라며 끝까지 고집을 부렸을 뿐이다. 하루 동안의 일탈조차 두려워하는 우리의 이름은 무언가.50대? 가장? 아니면 겁쟁이?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7-02-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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