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닭 한마리/황성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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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기 기자
수정 2007-02-03 00:00
입력 2007-02-03 00:00
신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 꽤 있었다. 보신탕도 그렇고 ‘닭한마리’도 그 축에 낀다. 초년 기자 시절 몸담았던 사회부에는 지금도 그렇지만 번갈아 회사에서 일하는 내근제도가 있다. 호랑이 혹은 여우 같은 부장과 하루종일 얼굴을 맞대야 하는 끔찍한 시간들이었다. 점심무렵이면 메뉴를 두어가지는 생각해 두는 일도 내근자 몫이다. 김치찌개 정도의 아이디어밖에 내지 못했던 20대의 과문한 기자가 부장에 낚이듯 간 곳이 동대문의 닭한마리 집이었다.

양재기에 닭이 벌러덩 누워있는 광경에 놀랐다. 맛이야 집에서 해주던 닭곰탕과 비슷했지만 양재기에 끓인다는 발상이 재밌었다. 그렇지만 밥에는 손도 안 대고 닭을 안주삼아 술을 권하는 선배들은 재밌지 않았다. 술잔을 꺼리다 선배들이 “요즘 후배들은…” 하며 호통도 쳤다. 시간은 흘렀다. 동대문 그 집을 가끔 찾는다. 밥이나 국수는 거들떠 보지 않고 닭한마리에 술을 기울이는 자신에 놀란다. 술을 피하는 후배들이 섭섭해 선배와 같은 호통이 튀어나오지만 꾹 삼킨다. 오늘 저녁은 닭한마리에 소주나 한잔 할까나.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07-02-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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