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미술협회의 ‘코미디’/윤창수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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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1-18 00:00
입력 2007-01-18 00:00
“한국미술협회의 비리 수법이 교묘해졌으며, 금액과 점조직이 범죄집단에 가까운 느낌입니다.”(정화추진위원회)

“선거에 졌다고 순수한 미술인이 쌓아온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한국미술협회)

16일 한국미술협회 정화추진위원회의 회견장에 간 기자는 마치 ‘봉숭아학당’에 온 기분이었다.

한국미술협회(미협)는 회원수가 2만 3000여명에 이르는 미술인들의 대표적인 권익단체. 미협에서 주최하는 미술대전은 1949년 시작된 국전의 후신으로, 예전에는 무명 미술인들의 유일한 등용문이었으나 비리가 끊이지 않는 데다 크고 작은 미술공모전이 범람하는 바람에 권위가 퇴색했다.

하지만 미전 수상작가란 타이틀의 효력은 여전해 상을 받기 위해 뒷돈이 오간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지난 7일 선거를 통해 3년 임기의 새 이사장을 선출하면서, 선거에 패배한 후보측으로부터 미술대전 비리가 새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화추진위는 오는 2월 퇴진하는 현 이사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미술대전 폐쇄운동 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정화추진위의 요구에 대해 일부 미협 회원들은 선거에 패배한 후보 진영이 ‘물어뜯기’를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미술대전이 잘못된 방향으로 갔다는 것은 대부분의 미협 회원들이 인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임 이사장은 미술대전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협 회원들 간의 반목과 미전 비리에 대해 묵묵히 활동하는 대다수의 작가와 화랑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미협은 비리를 언론에 터뜨려 스스로 먹칠을 하기보다는 먼저 자체 정화 작업을 벌여야 한다.

윤창수 문화부 기자 geo@seoul.co.kr
2007-01-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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