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노숙과 자존심/이목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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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기자
수정 2007-01-02 00:00
입력 2007-01-02 00:00
서울 목동에 있는 한 교회는 일주일에 한번 노숙자를 위로합니다.150∼200명의 노숙자들에게 1000원씩 나눠주는 날이 있고,2000원씩 주는 날이 있습니다. 씻기 어려운 노숙생활의 특성상 그들이 오면 교회 안은 묘한 냄새로 가득 찹니다. 언젠가는 너무 지저분한 행색의 노숙자가 왔습니다. 보다 못한 교인이 화장실로 데려가 억지로 씻겼지요. 그러곤 깨끗한 담요를 뒤집어 씌워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오면 난장판이 되리란 편견을 버리세요. 얼마나 질서를 잘 지키는지. 오는 순서대로 가방을 놓고 돈을 나눠주는 시간까지 기다립니다. 나누는 대화 수준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합니다. 영어 문장을 적어 교인에게 보여주는 노숙자가 있었습니다.



들어 보니 나름의 준칙이 있더군요. 추한 짓은 하지 않는다, 구걸은 하지 않는다…. 자존심의 마지노선인가 봅니다.‘게으르고 무식한 노숙자’‘자발적 노숙자’가 일반론이 될 수 있을까요. 새해에는 사회가 그들의 자존심을 조금만 살려줘도 노숙자가 확 줄 듯싶은데.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7-01-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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