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스물아홉 증후군/강혜승 지방자치부 기자
수정 2006-10-14 00:00
입력 2006-10-14 00:00
얼마 전 오랜만에 대학 동창들을 만났다. 모두 석 달 후면 서른이 되는 미혼의 여자친구들이다. 만나자마자 푸념이 쏟아졌다.
한 친구는 부모님과 마주치기가 두렵다고 했다. 더 늦기 전에 어서 짝을 찾으라는 성화가 부쩍 늘은 탓이다.
친구는 “노력할 게 따로 있지 결혼을 혼자 하냐.”며 억울해했다.
짝이 있는 친구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동갑인 남자친구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터라 결혼 생각이 전혀 없고, 집에선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중간에서 친구만 답답할 노릇이다.
결혼만 문제인가. 진로도 고민이다.
사회생활 4∼5년차가 되자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대로 가느냐, 다른 길을 찾느냐 갈림길 앞에서 하루에도 열두 번씩 주판알을 튕긴다.
한 친구는 승진시험을 준비하느라 학교 때도 안 다니던 독서실까지 등록했다. 결혼을 독촉하는 가족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주경야독을 하려니 공부만 해야 했던 학생시절이 그리울 지경이란다. 당당히 해외지사 발령을 자처하고 나선 친구도 심란하다고 하소연이다. 사회적 압박도 상당하다.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책임을 다해 어서 빨리 진짜 어른이 되라고 아우성이다. 특히나 우리 사회는 나이와 결혼에 민감하다. 정작 당사자들은 일과 결혼 사이에서 갈팡질팡이다.
그래서인지 서른을 앞두고 ‘스물아홉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때아닌 질풍노도에 빠지는 것이다.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그래서 이 시기를 제2의 사춘기라고도 부른다.
어느 시인은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이 온다.’고 노래한다.
어쨌든 우리 친구들은 용감하게 서른을 맞기로 했다. 서른 잔치의 시작을 자축하며….
강혜승 지방자치부 기자 1fineday@seoul.co.kr
2006-10-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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