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레임덕 다섯고개/이목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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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기자
수정 2006-08-22 00:00
입력 2006-08-22 00:00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극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이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이었다. 취임초 90%의 국정지지도가 막판에 10%로 곤두박질쳤다. 당시 청와대를 취재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교수, 공무원, 기자들과 여러차례 토론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여러 분석 중 ‘2A 딜레마’가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은 ‘전능(Almighty)’과 ‘무오류(All-right)’를 둘러싼 고민을 항상 한다.1987년 5년 단임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의 권력이 이전보다 약화되긴 했다. 그래도 현존하는 최고 권력은 대통령이다. 국민들은 경제가 나빠져도, 외교안보가 불안해도, 심지어 홍수가 나도 대통령 탓을 한다. 대통령도 사람인 이상 “권한은 그에 못 미치는데 부담은 왜 이리 많은가.”라는 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과 언론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고 여긴다면 한탄의 강도는 높아진다.

더 나아가면 국민들을 원망하기 시작한다.“열심히 하는 것을 몰라준다.”고 생각하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임기 초반에는 ‘전능’과 ‘무오류’의 갈등이 그래도 적은 편이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대통령은 정보를 축적하고, 업무에 익숙해진다. 국민·야당·언론이 도와주면 큰 업적을 남길 텐데…. 힘도 키우고 싶어진다. 이런 심리적 딜레마 상태에서 측근·친인척 비리가 터지면 속수무책이다. 레임덕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이전 대통령들이 장악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썼던 방법은 다양했다. 정치자금과 비리 정보는 기본이었다. 대권 후계자를 저울질하면서 막판까지 여당을 통제하려 했다. 개헌을 비롯해 퇴임 뒤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은 임기 중 넘어야 할 다섯고개를 들었다. 여소야대, 지역감정, 언론비판, 여당 내부이반, 게이트 공세 등이다.‘2A 딜레마’가 느껴지는 언급이다. 노 대통령의 주변 여건은 전임자들보다 열악하다. 전임자와 유사한 해법을 쓰면 결과는 뻔하다.‘무오류’의 고집을 털고, 무리하게 ‘전능’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들은 정이 많다. 대통령이 권력 약화를 물 흐르듯 타면서 합의와 절차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일 때 오히려 레임덕 현상은 줄어들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6-08-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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