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메신저 법칙/진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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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 기자
수정 2006-08-09 00:00
입력 2006-08-09 00:00
메신저에도 법칙이 있습니다. 말(글) 거는 쪽과 받는 쪽이 대충 정해져 있다는 것, 말 건 쪽 말이 많다는 것, 받는 쪽은 늘 바쁘다는 것, 갈무리는 대개 말 건 쪽이 한다는 것 등이죠. 아주 친하거나, 반대로 이름만 걸어 놓은 경우는 좀 다릅니다. 그러나 어정쩡한 사이에는 제법 잘 들어맞습니다. 메신저 사슬이랄 수도, 메신저 부등호랄 수도 있겠습니다.

전화도 그렇습니다. 전화하는 친구가 있고, 안 걸면 도통 통화할 일 없는 친구도 있습니다. 대학동창 J와 Y가 그렇습니다. 늘 J의 전화를 받고,Y에겐 겁니다. 연애와 닮았습니다. 친함의 차이라기보다는 마음과 행동이 따로인 탓입니다. 하지만 이리 가면 언젠가는 마음도 행동을 닮지 않을까 합니다.



명함집을 정리하다 잊었던 지인 몇을 찾았습니다. 두셋에겐 전화로 손이 갔지만 몇은 다시 기억 속에 닫아뒀습니다. 연락처가 바뀌기도 했지만 손을 다시 뻗기에는 공백이 넓고 멀었습니다. 지금 저도 누구에겐가 이렇게 지워지고 있을 겁니다. 전화도, 메일도, 메신저도 다 열어만 놓고 있으니 말이죠….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06-08-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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