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위기의 호텔업,정부가 나서 해결을/조일형 한국관광호텔업협회 고문
수정 2006-06-21 00:00
입력 2006-06-21 00:00
특히 중국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관광산업을 발전시켜 현재 베이징에만 관광호텔 급의 객실 수가 한국 전체 객실 수와 비슷하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에는 관광호텔 객실 수가 우리나라를 훨씬 상회할 것이다. 중국의 성급(星級)관광호텔 가운데 40%는 정부가 직접 운영하기에 그 요금을 우리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반면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문민정부 때 호텔에 딸린 오락시설과 증기탕 등을 사행·음란업체로 규정, 폐쇄시킨 뒤 대부분의 호텔은 자생력을 잃어 부도와 휴업, 매각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의 올림피아 호텔은 이미 건설회사로 넘어가 고급빌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부산의 S특급호텔, 서울 V호텔이 주상복합 건물이나 오피스텔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대로 호텔업을 방치한다면 호텔산업이 정체기를 넘어 쇠퇴기로 접어들리라는 우려가 심각하다. 미국·중국은 호텔업이 상무부에 속해 영업을 뒷받침하는데 우리는 문화관광부에 속한 것도 문제다. 문화부가 도움을 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적잖다. 직급별 담당 공무원이 수시로 바뀌어 호텔업을 이해할 만하면 다른 부서로 옮기곤 한다. 늘 새로운 담당이 업무 파악만 하다 가는 것이다. 그래서 호텔업계는 관광청이라도 생겨 정부 시책이 연속성을 가지고 그 결과 산업 환경이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때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청와대에서 관광진흥 확대회의를 하고 ‘한국 방문의 해’를 지정하는 등 지원을 했지만 실제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진단은 했으되 처방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민정부부터 13년간 뒷걸음질쳐 온 호텔업계를 이제라도 선진화해야 한다. 세계시장의 흐름에 따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현 정부는 지난 3월 호텔업을 수출산업으로 지정해 주었다. 그러나 이에 머무르지 말고, 관광수입을 극대화하면 국가 재정수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이에 걸맞은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특급호텔의 객실료 및 식·음료값이 턱없이 비싼 이유는 영업 실적과 상관 없이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그에 따라 각종 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호텔업계의 현안들을 해결해 줘 가격 인하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한국이 동북아 허브로 발전하려면 관광대국이 돼야 하고 그전에 호텔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행정적·법률적 제약을 해소해야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대통령은 물론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와 국민 모두가 인식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호텔업은 인적 서비스를 주상품으로 하기에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함은 물론 시설투자를 통한 내수 활성화에도 한몫할 수 있다. 참여정부가 한국 호텔업계에 꿈과 희망을 주기 바란다.
조일형 한국관광호텔업협회 고문
2006-06-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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