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담금 운용 적정성 확보 노력해야/이만우 고려대 경제학 정경대학장
수정 2006-06-20 00:00
입력 2006-06-20 00:00
정부 통계를 보면,1960년대말 7개에 불과하던 부담금은 1990년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각종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건설·교통부문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 2000년대에 이르러 100개 이상으로 증가했고, 징수액 규모도 10조원이 넘는다. 이렇게 국민부담이 늘어나면서 현재 개발부담금, 과밀부담금 등 주요 부담금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이 13건 이상 제기되어 있다. 전경련 등 재계에서도 학교용지부담금, 산림복구예치금 등 핵심 부담금 때문에 기업경영에 부담이 크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부담금 제도는 공공서비스로부터 편익을 받거나 특정 공익사업의 원인을 제공한 경제주체에게 수익이나 비용의 일부를 부담지워 공공서비스를 창출하는 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60년대 도입됐다. 물이용에 관한 부담금이나 도로 손괴자에 대한 부담금 등이 그 예이다. 보다 공익적 성격을 띤 부담금으로 국민건강보험과 흡연자 건강관리 등의 재원마련을 위해 담배 한갑당 354원이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나 석유비축사업 등을 위해 수입원유에 부과되는 석유수입판매부담금 등이 있다.
그러나 부담금 중에는 도로법상 ‘손괴자 부담금’처럼 1961년 설치된 뒤로 한번도 부과실적이 없어 실효성이 없는 것이 있는가 하면, 유사·중복적이거나 부과요건 등이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사례가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적정부과 수준 이상으로 징수한 여유자금을 바탕으로 방만한 사업운영이 우려되는 부담금도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다른 정부규제와 마찬가지로 부담금도 한번 생기면 여간해선 없애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부분 법률적 근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부담금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서로 달라 과거 개편논의는 용두사미가 되기 일쑤였다.
필자는 2003년과 올해에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부담금운용평가단의 단장을 맡아 부담금들의 운용 적정성을 평가했는데,2003년의 경우 평가단이 폐지를 건의한 일부 부담금이 부처의 반발 등으로 결국 살아남는 것을 목격하였다. 평가단은 지난 3∼5월 두 번째로 부담금 전반에 대한 평가작업을 했다. 평가 결과 부대공사비용부담금 등 13개 부담금을 폐지하도록 하고 21개 부담금에 대해서는 유사부담금과 통합하거나 부과요율을 인하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건의했다. 올해 평가는 헌법재판소 결정례에서 나타난 부담금의 헌법적 정당화 기준인 집단의 동질성, 객관적 근접성 등을 바탕으로 부담금에 대한 법적 근거를 보다 확실히 했다. 또 평가단과 의견이 다른 부담금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와 심도있는 토론도 거쳤다. 이번 개선안이 부담금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물론 이러한 개선안이 실현되려면 앞으로 거쳐야 할 난관도 많다. 관계부처간 최종 협의도 남아있고,‘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부담금 개편이 지연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사회경제 여건 변화에 맞춰 실효성을 상실한 부담금과 과다 징수되거나 유사한 부담금은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반드시 정비되어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 정경대학장
2006-06-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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