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싹쓸이 막아달라는 여당의 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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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5-26 00:00
입력 2006-05-26 00:00
열린우리당 의원, 당직자들이 어제 비상총회를 갖고 지방선거와 관련한 대국민 호소문을 채택했다. 전국단위 선거에서 여당이 이번처럼 참담한 처지에 몰린 적은 없었다.‘싹쓸이를 막아주십시오’라고 쓴 노란색 리본을 달고 깊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처량해 보였다. 막판 읍소로 등돌린 민심을 돌려보겠다는 전략도 여당답지 못했다.

민주국가에서 중앙정치, 지방정치를 막론하고 특정 정파의 독식체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지방행정에서 견제시스템이 무너진다는 여당의 우려는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동정표에 기대는 것은 집권여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단지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기 위해 여당 후보에게 표를 달라는 게 얼마나 구차한 요청인가. 정책과 비전을 다듬어 다시 강조함으로써 유권자의 막바지 판단을 구하는 편이 나았다.

열린우리당은 평화민주개혁 세력의 와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평화민주개혁 세력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평화민주개혁은 여당의 독점물이 될 수 없으며, 행동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정계개편을 거론한 점은 적절치 않았다. 민주개혁대연합으로 포장되었으나 실제로는 민주당과 합당을 겨냥한 언급이었다. 단기적으로 호남표를 여당으로 끌어들이고, 선거 이후에는 패배책임을 정계개편 시도로 얼버무리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테러사건 이후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있다. 여당이 막판 읍소나 판흔들기에 나서니 선거전은 더 암울해진다. 이에 맞서 야당들도 각자의 텃밭을 지키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양상이 나타난다. 열린우리당은 선거 승패를 떠나 정책 방향과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는 각오를 갖기 바란다.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 진정한 평화민주개혁 세력으로 거듭날 때 여당의 미래가 있다.

2006-05-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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