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청첩장/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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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기자
수정 2006-05-24 00:00
입력 2006-05-24 00:00
결혼식이 많은 계절이다. 청춘 남녀가 만나 백년가약을 하니 더없이 축하할 일이다. 게다가 오랜만에 친인척과 지인 등을 볼 수 있어 금상첨화다. 청첩장은 이 같은 장을 마련해 주는 메신저다. 그러나 삶에 여유가 없어지면서 부담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연락을 받으면 우선 망설여지기도 한다. 면식이 별로 없는 데서 소식을 전해올 경우 정말로 난감해진다.

얼마 전 한 통의 청첩장을 받았다. 요즘은 겉봉도 거의 대부분 타이핑을 해서 보낸다. 자필로 쓴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그 청첩장은 예쁜 글씨로 보내는 이와 받는 이를 적었다. 그 안에는 미술을 전공한 신랑이 직접 만든 카드와 함께 메모지에 쓴 편지가 있었다.“저 시집갑니다. 좋은 날이라 염치 불구하고 기쁜 마음으로 카드를 드립니다.” 신부의 해맑은 표정이 중첩됐다. 연락이 없어도 꼭 챙기려던 터에 편지까지 받은 기쁨을 무엇에 비하랴.



작은 정성이 곧잘 사람을 감동시키곤 한다. 또 함께 사는 세상에서는 더 돋보이기 마련이다. 그들의 결혼식이 내 일처럼 기다려진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2006-05-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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