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비로 국민에 550억 떠넘긴 현대차
수정 2006-04-15 00:00
입력 2006-04-15 00:00
은행빚이 얼마나 무서운가. 서민들은 몇백만원만 갚지 못해도 고율의 연체이자를 물어야 한다. 한번 신용불량자로 낙인이 찍히면 정상적인 사회활동조차 어려워진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거액의 로비자금을 뿌려 550억원이나 탕감을 받았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현대·기아차의 계열사 채권은 신용이 보장되고 그중에서도 담보부 채권은 상환이 보장되기 때문에 할인매각이나 채무조정을 해줄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탕감해주었다면 거액의 뇌물이 오가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산업은행이 갖고 있던 위아의 담보부 채권 1000억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넘겨져 자산담보부증권(ABS)으로 시중에 유통중이었는데도 이를 해체해 다시 산업은행에 매각했다고 한다.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는 물론이고 금융감독당국에까지 광범위한 로비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산업은행은 세금으로 설립된 국책금융기관이며,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부실채권을 관리하는 정부투자기관이다. 이들 기관의 채무탕감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검찰은 현대·기아차의 불법 로비에 넘어가 부당한 채무탕감을 해준 관련자들을 모두 색출해 엄벌해야 할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이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불법과 검은 돈에 의존하는 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리에 찌든 경영행태를 계속한다면 국민과 세계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2006-04-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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