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대북압박, 대화틀 깨선 안된다
수정 2006-04-01 00:00
입력 2006-04-01 00:00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의 대북 제재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 재무부 로버트 베르너 해외자산통제국장이 지난달 미 의회 하원 청문회에서 강조했듯 대북 제재가 효과를 보고 있고, 따라서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미 행정부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3, 제4의 추가제재가 예상된다. 미국의 이런 행보는 기존 대북정책기조가 통째로 바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끌어내는 전략에서 벗어나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핵뿐 아니라 미사일, 위폐, 인권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인상이다. 최근 미국이 위폐문제를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것도 이런 구상을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대북전략 변화가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6자회담이 재개돼도 무엇 하나 해결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가까스로 이뤄낸 9·19공동성명마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당장은 유화적 자세를 보이는 북한이지만 압박이 강화되면 예의 벼랑끝 전술을 꺼내들 가능성도 높다. 한반도의 안보시계를 뒤로 돌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대북 압박의 유혹을 떨쳐야 한다. 북한이 움찔한다고 웃을 일이 아니다. 미국이 내치면 중국과 밀착할 수밖에 없는 게 북한이다. 중국의 한반도 입지 강화는 미국에도 좋을 게 없다. 포괄적 해결 욕심을 버리고 6자회담을 재개, 북핵부터 풀어나가는 단계적 접근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2006-04-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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