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칼로 물 베기/이목희 논설위원
이목희 기자
수정 2006-03-25 00:00
입력 2006-03-25 00:00
선배는 “조금 기다려 봅시다.”라며 부인을 달랬다. 자정을 넘겨 위층 부부싸움은 끝났다. 선배 부부는 가슴이 벌렁거려 결국 잠을 설치고 말았다. 아침 출근길에 더 놀랄 일이 벌어졌다. 엘리베이터에서 문제의 부부를 만났다. 격전의 흔적인 듯 부인의 얼굴에 멍자국이 있었다. 그런데 부부는 팔짱을 끼고, 다정스레 대화를 나누었다. 부인은 남편의 승용차까지 따라와 “잘 다녀오세요.”라고 배웅했다.
부부싸움이 아무리 칼로 물베기라고 하지만, 이럴 수가 있나. 소름이 쫙 끼치더라고 했다. 이사를 생각해야겠다는 것이다. 선배 얘기를 듣던 한 친구가 말했다.“위층과 좀더 친하게 지내보시죠. 애정표현을 과격하게 하는 커플이 있다는데….” 그래도 선배의 일그러진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6-03-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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