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지지율/한종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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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태 기자
수정 2006-03-21 00:00
입력 2006-03-21 00:00
민주정치에서 지지율은 중요한 바로미터다. 요즘은 마케팅 분야에서도 여론조사가 활성화돼 있지만 아무래도 사용 빈도수가 가장 높은 곳은 정치권일 듯싶다. 특히 올해처럼 전국 단위 큰 선거가 있는 때에는 ‘여론조사의 홍수’ 현상이 쏟아진다. 정치인들은 바로 이 지지율에 울고 웃는다. 겉으로는 (지지율에)연연해 하지 않는다고 말들은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지율이 하락했을 때는 고민과 괴로움의 연속이리라. 왜 그런지 원인 분석을 한 뒤 반전의 승부수를 띄우게 된다. 반면 지지율이 상승했을 때는 이런 기조를 이어갈 만한 소재를 찾는 데 열중할 것이다. 정치인 중에서도 대통령(대통령제)이나 총리(내각책임제)가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그런 탓에 과거 군사정권 시절, 지지율을 인위적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편법을 동원했던가.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후 최악이라고 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3주년(3월20일)에 즈음한 미 언론들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시 지지율은 36∼37%를 기록했다. 바닥을 기는 지지율은 아무래도 이라크전을 바라보는 미국민의 시선이 싸늘한 탓일 게다. 전쟁예산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해, 미 연방정부가 사상 최초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내몰릴 뻔했다. 제2의 이라크사태가 될지 모를 이란 핵문제 등 악재도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반전의 계기가 될 만한 묘안이 없는 게 문제다. 이라크에서 철군하면 좋겠지만 ‘정체성의 붕괴’로 여기는 부시로선 그럴 수도 없는 것 같다. 대안으로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교체 얘기가 나오는 모양이다.

공교롭게도 이라크전의 또 다른 주역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선거자금 스캔들로 지지율이 30%대로 급전직하했다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46%의 국민들이 블레어의 즉각 퇴진을 지지할 정도로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처한 것이다. 스캔들이 도화선이 됐지만 블레어도 드높아진 반전여론 때문에 이런 처지까지 내몰린 게 아닐까.



지지율은 곧 민심 읽기와 연결된다. 민심을 꿰뚫어 국정에 반영할 경우 외면했던 민심도 돌아오는 법이다. 부시와 블레어에게, 이제야말로 철군할 때가 아닌가 심사숙고를 권하고 싶다.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2006-03-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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