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총리 사퇴 이후가 중요하다
참여정부는 분권형 국정운영을 내세웠다. 노 대통령으로서 이 총리에 버금가는 분권형 총리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이 총리를 껴안고 가기에 상황이 너무 나빴다. 이 총리 스스로 수차례 사과했듯이 3·1절에, 그것도 철도파업이 있던 날 골프를 친 자체가 잘못이었다. 골프상대가 비리의혹 기업인이며 내기골프까지 쳤음이 드러났다. 골프동참자들은 거짓말 퍼레이드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사의를 수용한 것이 순리였다고 본다.
노 대통령은 이 총리 사퇴 파문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다는 자세를 갖기 바란다. 읍참마속의 본보기로 집권 후반기 자칫 해이해질 공직기강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물러난 뒤 노 대통령의 임기말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한다는 관측이 있으나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편에서 남은 2년 국정을 이끈다고 재다짐하면 지지율은 다시 오를 수도 있다.
이제 이 총리 사퇴 이후가 중요하다. 노 대통령이 지시했듯이 제기된 의혹의 진상은 엄정한 검찰 수사로 명백히 가려야 한다. 그리고 후임 총리 인선을 늦출 이유가 없다. 후임 총리는 개혁성과 업무능력을 갖춘 동시에 화합형이었으면 한다. 이 총리는 야당과 소모적 논쟁을 벌여 여권에 부담을 주었다. 참여정부 후반기는 정쟁보다는 주요 국가정책과제를 마무리짓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야당에서 걱정하는 대로 대통령 탈당이나 거국내각 등 충격적 조치는 자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분권형 체제를 어느 수준에서 끌고 갈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비대해진 총리실을 정비하는 일도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