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경영권 방어법안 미루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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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3-09 00:00
입력 2006-03-09 00:00
기업들이 외자(外資)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정작 경영권 방어 관련 개정법안은 국회에서 1년이 넘도록 방치돼 있다고 한다. 의무공개매수제를 담은 증권거래법, 국가안보·경제질서에 반하는 경우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내국인 이사선임을 일정비율 의무화한 은행법 등 의원입법 5개가 그것이다. 법안 중에는 소위에서 논의조차 안 된 것도 있다고 한다. 이러니 국회의원들이 여론을 의식해서 생색내기용으로 발의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정부도 부처간 다른 목소리로 혼선만 가중시키고 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대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논의 중인 대책들이 글로벌스탠더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했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도 “기업들이 현행 방어수단도 제대로 활용 못한다.”면서 추가적 방어수단을 일축했다. 이렇듯 정부 내에서조차 서로 시각이 다르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외국인 지분이 많은 기업들은 주총을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총 결과에 따라 경영권에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칼 아이칸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KT&G는 우호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결국 아이칸측에 사외이사 1명 자리를 내주는 쪽으로 물러섰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다음에는 포스코가 외자의 목표물이 될 것이라는데, 그냥 흘려보낼 사안은 아닌 듯하다. 국민은행·KT·삼성전자 등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이런 마당에 국회는 법안을 깔아뭉개고 정부는 엇박자를 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적대적 M&A에 노출된 기업들의 우려를 ‘엄살’쯤으로 치부하기에는 사정이 너무 다급하다. 그래서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만이라도 그 타당성을 따져 신속하게 처리했으면 한다. 법이 외자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면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활성화나 기관투자자의 활용 등 국내 자본의 결집을 통해 경영권을 노리는 외자에 맞설 방안을 찾아봤으면 한다.

2006-03-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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