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떤 중 1년생/임병선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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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2-27 00:00
입력 2006-02-27 00:00
딸아이가 정말 귀를 씻어내고 싶은 얘기를 들려줬다. 영어학원 테스트를 치르려고 가만 앉아 있는데 웬 아이가 곁에 와 말을 걸더란다. 너 어디서 왔니? 강북? 강북 어디?

딸은 어디라고 해야 좋을까 머리를 굴리다 그 아이의 혼잣말을 들었단다. 거긴 노는 물이 다르다던데. 그래도 거기까진 참아줄 만했단다.

너 어디 사니? OO동? 그럼 너 OOOO이니? 우리 집은 엄마가 부동산 투기를 잘해 OOOO만 다섯 채가 있고 OO에만 스무 채가 넘어. 자기 집이 초라하다 느껴진 딸은 입을 꾹 다물었단다.

아둔한 나는 딸에게 재차 물었다. 그 애가 진짜 투기라고 했니? 혹시 투자나 재테크라고 말한 걸 잘못 옮기는 거 아니니?

아니에요, 아빠라고 눈을 흘긴 딸은 입술을 깨물게 하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너, 부츠 그게 뭐니? 왜 좋기만 한데 라고 되받자, 난 디자이너에게 맞추거나 해외 여행때 수집한 거 아니면 안 신어, 최소한 그 정도는 돼야지.



딸이나 그 애나 1993년생으로 내일모레 중학교 1학년이 된다. 선배에게 한탄조로 전했더니, 너 아직 멀었구나 한다. 참 큰일났다.

임병선 국제부 차장 bsnim@seoul.co.kr
2006-02-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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