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중년의 이중성/이목희 논설위원
이목희 기자
수정 2006-02-23 00:00
입력 2006-02-23 00:00
술자리가 거나해진 뒤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호기로움이 그득했다.“나 아직 쌩쌩해.” “야, 나도 높은 자리 올라봐야지. 한번 밀어봐라.” 다음날 곰곰이 생각해봤다. 비관과 희망이 뒤섞인 중년의 이중성. 숙취와 더불어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날 저녁에 목사님을 만났다. 목사님은 “오늘 인생을 시작해서 끝냈다.”고 했다.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웃으며 하루 일정을 알려줬다. 오전에 백일잔치에 갔다가 낮에는 결혼 주례를 섰다는 것이다. 이어 회갑연에 참석한 후 입관예배를 집전했으니 일생이 하루만에 지나가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제서야 중년의 이중성을 단순하게 이해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술자리의 처음과 끝에서 다른 얘기가 나온들 어떠랴. 마음 먹기 따라 한평생이 하루로 축약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희망쪽에 무게를 두고 살면 되지.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6-02-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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