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이젠 계급갈등까지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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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2-16 00:00
입력 2006-02-16 00:00
경찰조직의 기강해이가 점입가경이다. 급기야 국정 최고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엊그제 현직 경찰과 가족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일부는 헌재로 들어가 헌법소원을 냈다.“정부가 경찰공무원법 재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행복추구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는 게 골자다. 물론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며, 헌법소원도 낼 수 있다. 그것이 헌재를 만든 취지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이번 행동은 도(度)를 넘었다고 본다. 이택순 경찰청장이 “조직의 기강을 흩트리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 나흘 전이다. 헌법소원 제출은 이에 정면도전한 것이나 다름없다. 상명하복의 내부질서도 무너진 셈이다. 따라서 헌법소원과는 별개로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경찰청이 “경찰관의 집단행동은 위법이며 관련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힌 점을 주목한다. 더 이상 기강이 무너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계급갈등까지 보여 걱정스럽다. 전·현직 경찰모임인 ‘무궁화클럽’이 그 중심에 있다. 이들은 경찰대 폐지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지휘부가 수사권 조정 문제에만 매달려 경위까지 근속승진토록 한 개정안에는 신경을 안 쓰고 있다는 불만이다. 그러면서 “경찰대 출신들이 수사권을 가질 바에는 지금처럼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게 낫다.”고도 했다. 계급간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는 것은 득이 안 된다. 이런 형국에서 누가 경찰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겠는가.

무엇보다 근무기강의 이완 땐 민생치안에 구멍이 생긴다. 경찰이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돼 ‘민중의 지팡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면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도 할 일이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경찰공무원법 재개정안을 빨리 매듭짓도록 노력해야 한다. 차제에 회원간 이견을 노출하고 있는 무궁화클럽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2006-02-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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