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금 부담가중 국민동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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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1-17 00:00
입력 2006-01-17 00:00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4년차 ‘미래구상’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국가적인 당면과제인 저출산과 양극화 문제,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마디로 세금을 더 거둬 출산을 장려하고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재정적자 확대로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기보다는 현세대의 세부담 증가로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접근방식은 세대갈등 방지 차원에서도 옳다고 본다.

하지만 급격한 세부담 증가는 필연적으로 조세저항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세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고소득층은 말할 것도 없고 저소득층도 안 내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의 세부담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낮은 편이라고 주장하지만 수치로만 단순 비교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2003년 기준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19.6%로 미국(18.6%)이나 일본(15.9%)보다 높지만 프랑스(27.5%), 독일(21.5), 영국(28.9%)에 비해서는 낮다. 조세부담률과 사회보장기여금을 합친 국민부담률 역시 25.3%로 유럽국가들보다 10∼20%포인트가량 낮다. 그러나 국민소득 1만달러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이들 국가들보다 크게 낮은 편이 아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복지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조세부담률 증가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 속도는 전문가들조차 우려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지출의 구조조정 없이 세금을 더 거둬 저출산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공언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지 의문이다. 이는 빚을 늘려 기업의 덩치를 키우겠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

국민 누구나 저출산과 양극화 해소, 성장잠재력 확충의 시급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국민에게 추가 부담을 요구하려면 정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세부담 확대에 앞서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2006-01-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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