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부정(父情)/한종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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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태 기자
수정 2006-01-13 00:00
입력 2006-01-13 00:00
25년전 과외로 짭짤한 수입을 올린 적이 있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의 과외금지 조치로 학원 등이 철퇴를 맞고 대학생들은 학생 집에서 입주과외를 하던 때였다. 집안 형편도 넉넉지 않아 일주일에 2박3일씩 두 집에서 과외를 했다. 수입도 그러려니와 과외교사로서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나한테 배운 녀석들의 성적이 쑥쑥 오르는 것을 보고 ‘내가 가르치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야.’라고 자만하던 기억이 난다. 아예 학원강사로 나갈까 생각도 했었다.

요즘 큰 녀석(중2)을 종종 가르치면서 영 딴판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잘 모르면 머리를 쥐어박기 일쑤고 큰 소리도 자주 친다.“영어 공부하면서 단어도 찾아보지 않는 건 무슨 자세냐.”“정신상태가 그래서야 뭐가 되겠냐.”녀석이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욱’하고 감정부터 앞서니 나 자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에이, 이게 아닌데….



그러면서 자문해 본다.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에 녀석하고 달랐을까.‘권위적인’ 아버지의 전철을 되밟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마도 높은 기대심리와 그렇지 못한 현실간의 간극 탓이리라. 그래, 녀석에게 오늘부터는 정감있게 다가가련다.“네가 모르면 다들 모르지 않겠어. 편하게 생각해라.”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2006-01-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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