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 기만하는 미세먼지 환경기준/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 교수
수정 2005-12-30 00:00
입력 2005-12-30 00:00
정부가 이 특별법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현재 입방미터당 70마이크로그램 수준인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를 10년 안에 도쿄와 같은 40마이크로그램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앞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개선목표가 달성되면 수도권 시민들의 수명이 3년 연장되니 국민건강보호 측면에서 효과가 매우 큰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환경부가 오래 전에 설정한 미세먼지 환경기준(입방미터당 70마이크로그램)을 여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정책기본법에는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환경기준을 설정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현재의 미세먼지 환경기준은 수도권 대기오염 농도와 거의 같은 수치라는데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해 이미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인 현재의 미세먼지 농도를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기준으로 삼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아도 너무 심하지 않는가. 특별법이 목표로 하는 40마이크로그램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50마이크로그램으로 미세먼지의 환경기준을 새롭게 설정해야 마땅하다. 현재 우리의 미세먼지 기준은 OECD국가들은 물론이고 웬만한 나라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이 느슨한 수치이기도 하다.
특별법을 제정했으면서도 환경기준을 바꾸지 않는 환경부의 태도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데, 환경부가 발간한 환경백서를 보면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1993년에는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등 일부 오염물질이 환경기준을 달성함에 따라 이들 항목에 따른 환경기준을 강화했다.’고 적혀 있다. 아황산가스처럼 오염수준이 낮아지면 그때 가서 기준을 덩달아 낮추고, 미세먼지처럼 오염도를 낮추지 못하는 경우에는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오염 수준이더라도 환경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항상 환경기준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즉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환경기준이지 국민건강을 보호하려는 기준은 아닌 것이다.
어느 나라나 환경기준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렇더라도 환경기준은 제대로 설정하여야 한다. 그래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평균수명을 3년 단축시키는 미세먼지 농도를 환경기준으로 고집하는 것은 결국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다.
마침 환경부도 내년부터 ‘환경보건 원년’을 열겠다는 변화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이참에 환경정책 목표의 근간이 되는 환경기준부터 국민건강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기준으로 재정립해야만 한다. 수도권 대기질 개선 특별법의 근거이며 사회적 약속이었던 미세먼지기준의 강화는 환경부의 진정성을 검증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 교수
2005-12-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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