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정 따로 가는 경찰공무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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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12-26 00:00
입력 2005-12-26 00:00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후폭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순경과 경장의 근속승진 기간을 각각 1년씩 단축하고 경사로 8년간 근속하면 경위로 승진할 수 있도록 한 게 개정안의 골자다.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같은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노 대통령의 의중을 모르는 만큼 섣불리 진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의원입법한 터라 당혹스럽다. 당·정의 손발이 맞지 않았음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또 잔뜩 기대를 모았던 10만 경찰과 그 가족들은 얼마나 가슴을 졸이겠는가.

무엇보다 경찰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이 법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애초부터 잘못된 법안이라고 판단할 근거도 없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당·정 협의를 소홀히 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의 조직·인사·예산을 맡은 행정자치부 등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근속승진에 따른 예산 부담뿐만 아니라 승진체계가 유사한 소방관 및 교정직 공무원과의 형평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이 법안은 열린우리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됐다. 법률안 재의(再議)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개정안에 대해서는 ‘선심성’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 표를 의식해 정치적인 고려를 앞세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만약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또한 이런 범주를 벗어나면 안 된다. 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든 경찰관의 사기는 올려 주어야 한다. 근속승진을 포함해 해법은 얼마든지 있다.

2005-12-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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