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설 재난, 하늘 탓만 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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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12-23 00:00
입력 2005-12-23 00:00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호남지방이 폭설에 묻혔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뒤로 70년 만의 최대 강설량이었으니 국가적 재난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더구나 엊그제 밤 눈 덮인 고속도로에 1000여대의 차량이 10여시간이나 갇혀 추위에 떨었다니 하늘만 탓할 수도 없는 일이라 판단된다. 정부 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인재이고, 여전히 재해 후진국을 면치 못한 우리 사회의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기록적인 이번 폭설로 호남지역이 입은 피해는 아직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수만 농가의 시설피해는 물론 교통 두절에 따른 물류 피해도 엄청날 것으로 추산된다. 수출 차질과 함께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일 전후로 내렸던 폭설 피해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방이 부실했던 만큼 이제 피해 복구와 이를 위한 조속한 지원에 국가역량을 모아야 하겠다.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각계에서 이번 호남 폭설피해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도 특별재난지역 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별개로 이에 준하는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이 내년 1월부터 대폭 완화되는 상황에서 지금 그 요건에 부합하느냐를 따지지 않고 이에 준하는 지원대책을 세우기로 한 것은 당연하면서도 다행스러운 조치라 하겠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원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끊긴 도로망을 최우선적으로 복구, 고립지역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긴급한 생필품 지원이 이뤄져야 하고, 시설 복구를 위한 장비가 투입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행정력을 총동원, 각 시·군·구별 피해상황에 맞춘 대책을 강구, 체계적인 지원활동을 펼쳐야 한다.

지금 농심은 쌀 시장 개방의 높은 파도를 앞두고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더는 농사를 짓고 싶지 않다는 것이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이번 폭설 피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있고 싶은 농촌이 되도록 온 국민의 따뜻한 성원이 필요한 때다.

2005-12-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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