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선진국 진입과 문화의 힘/최준식 이화여대 교수
수정 2005-12-22 00:00
입력 2005-12-22 00:00
이런 차에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야겠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세계 경제보고서를 만들었는데 거기에는 믿어지지 않는 주장이 있었다. 세계 170개국의 장기 성장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2050년에는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 잘 사는 나라가 된다는 것이었다.
한국인의 1인당 소득이 8만 달러가 되어 일본이나 독일 등을 모두 제치고 세계 2위의 국가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의 평가는 이른바 ‘성장환경지수’를 토대로 만든 것인데 물가상승률과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의 재정적자 비율, 대외부채, 투자율, 경제의 개방도, 전화와 PC 인터넷 보급률, 고등교육, 예상 수명, 정치적 안정도, 부패수준 등을 고려해 작성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이렇게 나라가 힘든데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이렇게 밝다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혹 여당에서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만든 보고서라면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을 테지만 이건 세계적으로 꽤 명망 있는 은행에서 만든 보고서이니 소가 닭 보듯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나는 곧 ‘문명의 충돌’을 써서 인구에 회자되었던 헌팅턴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는 그 다음 책으로 ‘문화가 중요하다’라는 책을 편저하면서 서문에서 이런 말을 한다.1960년대 초에 한국과 가나는 국민소득이 같았다. 그러나 90년대 초반이 되면 한국이 가나를 15배 앞질러 버린다. 그는 이 사실을 목도하고 깜짝 놀란 끝에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그 결과 한국의 문화는 가나와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그저 다르다고만 했지만 속으로는 한국의 문화 수준이 가나보다 훨씬 높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우리는 세상에서 보기 힘든 훌륭한 문자를 갖고 있고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었으며 세계 최초의 인쇄본(다라니 경문)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게다가 가장 앞선 기술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도자기(청자나 백자)를 만든 나라이다. 청자를 만드는 기술은 지금으로 치면 최첨단 ‘하이테크’라 말할 수 있다. 이런 문화가 있었기에 그 손기술 가지고 반도체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예는 너무 많아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런 높은 문화 덕분에 한국은 한국전쟁 직후 최빈국 처지에서 여기까지 내달려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온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밖에 없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우리 조상들이 남겨주신 훌륭한 문화 덕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저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세계 문명 4대 발상지다운 훌륭한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은 앞으로도 결코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문화는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 선생이 진즉 예언한 한국의 미래는 경청할 만하다. 그는 ‘Korea’란 이름이 세계지도 상에 없는 일제 때 한국은 진급기의 나라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은 어변성룡, 즉 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더 놀라운 것은 한국은 세계 선진국이 될 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신을 인도할 도덕문명국이 된다고 했다. 당시 그 암울한 시기에 이런 예언을 했을 때 누가 이를 믿었겠는가? 그런데 한국의 경제 성장을 보면 그의 예언은 벌써 반은 적중한 셈이다. 그러던 차에 골드만삭스 은행의 보고서가 나왔다. 여기저기서 자꾸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2050년까지는 살지 못할 터이니 우리나라의 멋있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
2005-12-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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