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범죄로 확인된 5공 ‘녹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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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12-20 00:00
입력 2005-12-20 00:00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5공화국 당시의 대학생 강제징집과 ‘학원 녹화사업’ 실상은 그동안 알려진 내용보다 훨씬 악랄했다. 체제에 저항한다는 이유로 검거돼, 본인 의사는 물론 연령·신체등급에 상관없이 강제로 입영된 대학생 숫자가 1100명을 넘어섰다. 또 보안사는, 이들을 포함한 대학생 입영자 1200여명을 녹화사업에 동원하려고 심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녹화사업은 한마디로 군 정보기관이 프락치를 양성해 대학가를 감시하고 밀고케 한 공작 사업이다. 결국 1980대 초 대학을 다닌 많은 젊은이들이 불의(不義)한 공권력에 의해 삶을 짓밟힌 것이다.

아울러 강제징집이라는 인권유린 행위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이루어졌으며,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 국방부·병무청·내무부·문교부 등 정부조직과 각 대학이 깊이 간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총칼을 앞세워 쿠데타를 주도한 전 씨가 권력 유지를 위해서는 어떤 악행(惡行)도 주저하지 않았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 것이다. 반면 아무리 독재정권의 서슬이 퍼렇다 해도 교육기관인 대학까지 강제징집에 적극 협력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제라도 대학의 자기반성과 강제징집 실태 공개가 뒤따라야 한다.

국방부 과거사위는 이번 조사에서 당시 상황을 뒷받침하는 관련문서를 여러건 찾아냈다. 그러나 우리는 강제징집과 녹화사업에 관한 조사에 아직 미진한 부분이 남아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녹화사업을 지시한 주체가 누구인지, 심사를 받은 1200여명 가운데 녹화사업에 실제 투입된 인원은 얼마인지 등을 추가로 밝혀내기를 기대한다.

2005-12-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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