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인터넷 메신저와 예절/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수정 2005-12-08 00:00
입력 2005-12-08 00:00
메일로, 메신저로 문서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의사를 공유한다.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정확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것 같다.
우리 사무실도 가끔 인터넷이 불안정할 때면 업무가 잠깐씩 멈출 때가 있다. 전화나 팩스로, 때론 직접 찾아가 일을 진행하던 것은 정말 옛날 일이 되었다.
일을 하는데 점점 편리하게 되어 간다는 건 좋은 일이다.
혹자는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다고 하지만 인터넷으로도 얼마든지 감정을 교류한다. 특히 메신저는 일과 관련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등 누구와도 연결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메신저로 의사를 소통하고 감정을 나눈다. 얼마 전 어떤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청소년들이 전화를 하기보다는 문자만큼이나 메신저로 대화하는 걸 더 즐긴다고 한다.
각종 이모티콘으로 애교있고 장난스럽게 자신의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적게는 몇 명, 많게는 몇 백 명씩 대화 상대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기업들은 이벤트나 홍보의 목적으로 메신저 대화명을 사용하기도 하니 가히 ‘전 국민 메신저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메신저는 그 대화명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기분, 그리고 관심사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한 마디로 상대방의 컨디션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대화명에 따라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기분을 알아보기도 한다.
월드컵 때는 전 국민이 ‘대한민국∼’ 이라는 대화명을, 여중생 탱크 사고 때는 메신저 대화명 앞에 검은색 리본을 달아 조문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때론 이처럼 개방되어 있는 메신저 대화명 때문에 곤혹스럽기도 하다.
업무를 하다가 약간의 다툼이 있었거나 의사소통이 안됐을 경우, 드러내 놓고는 아니지만 이니셜을 사용해서라든지 은유적인 표현으로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심하게는 직설적으로 누군가를 욕하는 사람도 보았다.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 단어들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거나 기분이 나빠질 때도 있다.
메신저라는 것이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이지만 그래도 메신저 상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 메신저 대화명에 자신이 다니던 회사 사장을 비방하는 내용을 사용했다가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경우가 있었다.
“피해자를 모욕하는 내용이 포함된 대화명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라 할 수 있는 메신저 대화 상대방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상태에 놓아둔 행위는 공연성이 인정된다.”것이 재판부의 판결이었다.
굳이 이런 예가 아니더라도 메신저가 공개 일기장처럼 자신의 기분 상태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대화명이 때론 누군가를 기분 좋게 만들 수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엔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통화 예절, 인터넷 통신 예절이 사회예절의 한 범주로 자리잡았듯 이젠 메신저 대화명 예절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때가 온 것 같다.
연말이다.2005년 한 해를 마감하며 메신저 대화명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인사를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짧은 한 마디가 온라인 상으로 연결된 대화 상대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 준다면 그 역시 작은 기쁨이 아닐까.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2005-12-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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