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참척 극복/이목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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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기자
수정 2005-11-25 00:00
입력 2005-11-25 00:00
“길을 걸으면 보도가 울렁거립디다. 사람들을 쳐다볼 수가 없구요.” 수년 전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A씨는 당시를 회상하기조차 싫은 듯했다. 얼굴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아들의 주검.“아들에게 딱 한번 매를 든 적이 있었는데 그 생각이 자꾸 나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A씨의 아내 역시 혼절했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겨우 몸을 추스른 뒤 “다시 아이를 갖겠다.”고 선언했다. 그때 나이가 47세. 병원을 찾았으나 의사의 판정은 ‘임신 불가능’. 하지만 그녀는 기적적으로 임신했고, 아들을 낳았다. 아이는 참척(慘慽)을 잊게 하는 묘약이었다. 아이의 귀여운 모습·행동에 푹 빠져 부부는 웃음을 되찾았다.



아이는 기쁨과 함께 자극을 주었다고 한다. 아이 친구가 “할아버지세요?”라고 묻더라는 것.A씨는 당장 흰 머리를 염색하고, 열심히 운동을 했다. 몸매가 정비되니까 혈압,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왔다.“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일주일에 두 번은 갑니다. 새 삶을 사는 느낌입니다.” 물론 꼬마가 속도 썩인다. 너무 애지중지하다 보니 늙은 부모를 친구쯤 여긴다.“오늘도 유치원 가기 싫다고 버티다 낮 12시가 다 돼서 갔대요, 글쎄….”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하나.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5-11-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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