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아름다운 마을’ 시위/이상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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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기자
수정 2005-10-13 00:00
입력 2005-10-13 00:00
39년 전인 1966년 10월31일 미국 존슨 대통령의 방한은 전 세계 TV카메라로 생중계됐다. 서울 시청앞 환영행사 중간에 외국 TV촬영기사가 시청앞 슬럼지대를 비추었다. 이 장면에서 조국이 부끄러워진 미국 교포들은 그해 연말 슬럼지대 정비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냈다. 서울도심 재개발을 촉진한 기폭제가 됐다.

도시계획학자 손정목씨에 따르면 서울 재개발을 촉진한 두번째 요인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이다. 성명 발표 직후 북측 대표단과 수행기자들이 서울로 왔다. 정부는 서울의 낡은 모습을 북측에 보이고 싶지 않았다. 또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초 중앙청에서 유리창 밑 한옥지대를 내려다보며 “저런 곳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장차 무슨 큰 일을 하겠느냐.”며 “빨리 재개발을 추진해 어떤 외국수도에도 손색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에 ‘한양주택’마을이 조성된 것은 이 즈음이었다. 남북 대표들이 판문점에서 서울로 오가는 통일로 주변에 번듯한 227채의 집이 지어졌다. 한 채당 대지 50평에 연탄 보일러를 설치한 양옥으로 판잣집이 즐비한 당시에는 ‘고급’이었다. 이후 집에 나무도 많이 심고 관리도 잘돼 한양주택촌은 1996년 조순 시장 때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됐다.

그 마을이 서울시의 재개발 지역인 은평 뉴타운지역에 포함돼 헐리게 된다.180여가구의 주민들은 이를 반대해 12일까지 67일째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시민단체가 엊그제 ‘한양주택과 뉴타운’ 토론회도 열었다. 시민운동가들은 “땅값과 집값을 올리면서 원주민을 떠나게 하는 사업은 환경파괴적”이라며 “은평 뉴타운을 생태마을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말이 진심이라면 한양주택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래된 집을 부수고 아파트를 지으면 아파트 입주금과 관리비가 없는 원주민들은 떠나고 만다. 재개발된 지역은 돈있는 사람이 차지한다. 재개발 사업은 돈으로 얼룩지고 800여가지의 이권이 얽힌 사업이라고 한다. 한양주택은 과연 어떤 커넥션과 누구의 이익을 위해 강제로 철거되는 것일까. 판잣집을 헐고 ‘현대화’ 과시용으로 지은 한양주택을 이제는 유럽식 뉴타운 조성을 위해 부수려는 서울시에서 3공 시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2005-10-1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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