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大邱의 고민/육철수 논설위원
수정 2005-10-01 11:22
입력 2005-10-01 00:00
올해 축제를 위해 지난 2년동안 시민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각별히 준비했다고 한다. 외관만 얼핏보면 여느 지역축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각종 예술행사와 특산물전, 시민참여 행사 등이 그렇다. 하지만 내용과 형식 면에서 행사마다 유난히 ‘색(色)’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엔 말 못할 대구의 고민이 깔려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축제조직위원장인 권정호 대구대 교수 등 행사 관계자들은 지난달 중순 먼 길을 마다않고 서울까지 달려왔다. 출향 중앙언론사 기자들을 모아 놓고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이 사람들이 뭔가 일을 내긴 낼 모양이구나.’하고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기존의 가치관으로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돈? 예산? 예전에 잘 나갈 땐 걱정도 안 했지요. 가만 있으면 모든 게 이루어지고 목에 힘만 주고 있으면 됐으니까요.(십수년동안)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니까 말이 아니에요. 이젠 정말 정체성을 세우고 새롭게 도약해야 합니다. 대구 사람들이 보수적이고 정치성향이 강합니다만, 문화·예술 분야만은 다양한 색깔이 존재한다는 걸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권 위원장의 말은 신세타령이 반이었다.“(대구가) 지금은 컬러풀하지 않지만 우겨라도 보려고 시도하는 게 이번 행사”라는 축제조직위 최현묵 감독의 말에는 대구의 고민이 진하게 묻어났다. 문화·예술 발전을 통해 정치성향을 줄이고 지역경제를 살려 보려는 고충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문화행사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게 외람되지만, 노란색(열린우리당)·청록색(민주당)·주황색(민노당)·연두색(자민련)도 뿌리내리게 해서 여러 정치세력이 어울리고, 대구가 새로 태어났으면 하는 소망으로도 이해했다.
시민들이 문화·예술에 푹 빠져서 삶의 새로운 재미를 찾으면 옛 영화(榮華)를 잊고 현실정치에 대한 집착도 그만큼 누그러질 거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대구축제가 성공적이길 바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는 대구동을 선거구가 포함돼 있다. 컬러풀을 선언한 대구시민들이 이 곳에 어떤 색을 얼마나 칠해 놓을지 궁금해진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5-10-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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