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약청의 허술한 의약품 관리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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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9-13 00:00
입력 2005-09-13 00:00
의료기관들이 환자에게 뇌졸중 유발 위험이 있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이 함유된 감기약을 팔아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의 감기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판매를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개월간 2만여건이나 처방됐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식약청은 국민건강 증진보다 제약회사의 이익이 우선인가. 또 의료인들은 환자야 어떻게 되든 돈만 벌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이번 감기약 파동을 보면서 우리는 식약청의 거듭된 무능과 직무유기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감기약은 국민 누구나 복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의약품 중 하나여서 보다 세심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PPA 성분이 미국에서 유해 판정을 받은 이후 한참을 미적거리다 지난해 8월에야 제조·판매 금지 조치를 취했다. 당시에 문제된 감기약을 바로 회수해 폐기 처분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이후 판금된 감기약이 버젓이 시중에 팔리고 있다는 제보들이 인터넷 등에 나돌아 의료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됐지만 식약청은 이를 방치했다. 식약청은 엄중한 문책을 면하기 어렵다. 유해 약품을 안전한 것으로 속여 판매한 의사와 약사들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의약품의 유해성 판정과 유해 의약품의 회수·폐기의 전 과정에 대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식약청의 이번 직무유기에 제약회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이번과 같은 사태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민보건 및 의료행정 체계 전반을 점검해보기 바란다.

2005-09-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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