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말마다 헛돈 쓰는 정부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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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8-24 00:00
입력 2005-08-24 00:00
한나라당이 엊그제 발표한 ‘2004년 결산 100대 문제사업’을 보면 정부와 국회가 예산을 적지 않게 낭비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국회사무처가 12월 중순이후 보름간 컴퓨터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4억원어치 이상 한꺼번에 사들여 ‘혼수용품 샀느냐.’는 비아냥을 받았는가 하면 재정경제부는 별로 업무와 관련이 없는 ‘오지 탐험’에 관한 책 등 수억원의 물품을 구입했다고 한다. 국회의장의 특수활동비와 건설교통부의 연구용역 발주도 연말에 몰아서 집행했다.

이런 예산집행을 모두 낭비했다고 간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연말이 돼서야 가전제품 구입이나 연구용역 발주 등에 집중 지출했다는 것은 별로 필요치 않은 용도에 뒤늦게 돈을 썼다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나 지자체들이 겨울철에 멀쩡한 보도블록을 뜯어내 교체하는 방법으로 남은 예산을 털고간 사례를 적지 않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사무처까지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지적돼 국민들을 아연케 한다.

기획예산처는 수년 전 각 부처가 한해 경상경비 예산의 5% 이내에서 잔여분을 다음해로 넘겨 쓸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이를 활용하면 예산을 보다 짜임새 있게 쓸 수 있는데도 정부와 국회사무처가 예산을 연말에 몰아 쓴 것은 고의적으로 낭비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빈곤층 등 정부의 구원 손길을 기다리는 곳도 적지 않은데 국민의 혈세인 세금을 흥청망청 썼다면 이는 공무원들의 한심한 의식 탓이다. 한나라당이 잡아낸 사례를 감사원은 정밀 조사해 예산을 낭비한 기관과 해당자를 징계할 필요가 있다.

2005-08-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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