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려되는 중·러 합동 군사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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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8-19 00:00
입력 2005-08-19 00:00
중·러 합동군사훈련인 ‘평화의 사명 2005’가 어제부터 시작됐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벌이는 1단계(18∼19일)에 이어 중국 칭다오에서 2단계(20∼22일), 산둥반도 인근 해역에서 3단계(23∼25일)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군사훈련 지역이 러시아와 중국의 영토이기는 하나,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여간 신경쓰이지 않는다. 더구나 이번 훈련에는 중국군 8000명, 러시아군 1800명을 비롯해 최첨단 함정과 전폭기 등이 총동원돼 실전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중·러는 표면상으로는 이 합동군사훈련이 테러 대비일 뿐, 특정 제3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미와 미·일, 그리고 미·타이완간 군사동맹 라인 견제 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측을 통해 훈련 참관을 요청했으나 다른 서방국과 함께 거부당했다. 반면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인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등 4개국과, 옵서버인 인도·파키스탄·몽골 등 3개국은 참관이 허용됐다. 이로 미루어 이번 군사훈련의 가상 적국은 윤곽이 잡혔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미·일은 바짝 긴장한 채 지켜보고 있는데 우리는 의외로 조용하다.

정부가 이 훈련을 중·러의 무기와 부대간 상호 운용성 제고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 너무 안이한 것 아닌가. 중·러는 우리와 수교국이긴 하나 그들만의 합동훈련과 군사연합의 가속화는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할 게 분명하다. 이는 곧 동북아의 평화, 나아가 우리의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우리는 강대국들의 패권경쟁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지만 불필요한 긴장 조성에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2005-08-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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