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지게 이야기3/심재억 문화부 차장
수정 2005-07-19 08:19
입력 2005-07-19 00:00
그렇게 한참을 가다 그만 논바닥에 나뒹굴고 말았습니다. 지게질이라는 게 보기보다 쉽지 않아 무작정 덤볐다간 그 꼴 나기 십상이지요. 벼와 달리 단을 지우지 않고 꼴처럼 베어넘긴 보리를 등짐 진 터라 수습이 난감합니다.‘것 봐라.’는 듯 혀를 차며 아버지가 나섭니다.“호랭이도 깔고 앉을 열일곱 사내가 보리 한 짐을 감당 못하다니….”
무논에서 건진 보릿짐에서는 물이 뚝뚝 들어 더 힘들게 됐지만 다시 지게를 뺏어 진 아버지의 얼굴에 득의의 웃음이 엷게 배어납니다. 어린 아들의 가당찮은 호기가 마른 목 적신 탁배기 한 잔만한 위로가 되었던 것일까요. 등짐 지게를 진 아버지의 장딴지가 다시 휘청이고, 말없이 그 뒤를 따르던 나는 자꾸만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5-07-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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