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대로 된 지방분권, 국가경쟁력 이끈다/오재일 전남대 행정학 교수
수정 2005-06-14 08:26
입력 2005-06-14 00:00
지방자치란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만을 뽑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주권자인 국민(주민) 가까이에 있게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지방자치인 것이다. 그리하여 권력의 남용을 막고, 주인인 국민이 가까이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민주권의 원리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에 필수불가결한 제도로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를 논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의 자치의식과 함께 시민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헌법 정신이 국정관리와 연계되어 잘 구현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헌법적 보장(헌법 제8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반세기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지방자치가 헌법기구로서 제대로 대우를 받아왔는가는 의문이다. 헌법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국정운영은 너무나도 중앙중심적인 국정관리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사무(73%)나 국세(80%)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 집중이 더 강화되어 가고 있어,‘지역’부재의 현상이 더욱 심화됨으로써 세계적 추세인 ‘지방화’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우리 민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헌법과 지방화의 본질에 걸맞은 국가시스템을 재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점은 지방자치의 주요 원리 중의 하나인 보충성의 원칙에 충실하도록 하여야 하며, 아울러 분권가치가 국민들에게 체험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육자치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며, 자치경찰이 창설되지 않으면 아니된다.19세기말 우리나라가 국제적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가 어떠하였던가를 거울삼아, 민족적 생존이라는 차원에서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의 기반을 공고히 하여야 할 것이다.
분권적 국정운영을 해 본 경험이 아주 미약한 우리나라에 있어서 지난 10년간의 지방자치는 실제로 나타난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주권재민의 정신을 구현시키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여 오고 있다. 관청의 문턱이 낮아지는 등 주민지향의 정치·행정이 뿌리내리고 있으며,1998년 우리나라 최초의 수평적 정권 교체기에도 중앙의 혼란이 지역사회에로 파급되는 것을 차단하기도 하였다. 단체장의 제왕적 권력에 대한 비판은 시민사회의 성숙과 단체장에 대한 견제장치의 제도화로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지, 지방자치 그 자체를 부인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선진국의 역사적 경험은 중앙집권적 국정운영보다는 지방분권적 국정운영이 국가경쟁력 강화나 부패방지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선진국에서의 중앙정부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관계되는 교육이나 치안 등 미시적인 정책은 지방정부에 맡기고, 외교나 국방 등 민족적 생존을 위한 거시적인 정책에 집중하는 경향으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이 ‘작은 중앙정부’·‘커다란 지방정부’구현이라는 차원에서 과감한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과 거기에 따른 재정분권을 실현시킴으로써 주민 생활 속에 체험된 지방자치가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오재일 전남대 행정학 교수
2005-06-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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