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지네의 모정/이호준 인터넷부장
수정 2005-05-14 10:31
입력 2005-05-14 00:00
생각난 김에 자료를 찾아보다가 뜻밖의 내용에 감탄사가 터진다. 낙엽, 흙, 돌 밑에서 서식하는 땅지네와 왕지네는 수십 개의 알을 한꺼번에 낳아 품는다고 한다. 부화까지 3주 걸리는데 그동안 암컷은 알을 계속 핥아줘 곰팡이의 침해를 막는다. 그뿐 아니라 부화 뒤에도 독립할 때까지 수십일 간 먹이를 날라주며 보호한다는 것이다.
새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큰가시고기의 부성애나, 어미의 몸을 파먹고 자란다는 거미에 대해서는 들었지만 ‘알을 핥아준다’는 지네 얘기는 처음이다. 흉측(?)한 지네에게도 그런 모정이 있었다니. 그렇다고 지네가 새삼스럽게 예뻐 보일 리야 없지만, 사람이나 미물이나 다르지 않은 ‘엄마의 마음’은 항상 경이롭다.
이호준 인터넷부장 sagang@seoul.co.kr
2005-05-14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