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나이키의 굴복/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수정 2005-04-18 08:28
입력 2005-04-18 00:00
공정무역운동의 뿌리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시민단체 옥스팜 등은 제3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구호하기 위해 수공예품을 사들이고 교육과 지역사회 발전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 제3세계 빈곤의 원인은 다른 데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선진국과의 불공정한 거래다. 예를 들면 제3세계는 커피, 차, 바나나, 코코아 등의 대부분의 물량을 생산 공급하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쥐꼬리만 한 임금이나 헐값의 판매대금 뿐이다. 고가의 제품판매 이익은 다국적 기업들이 챙긴다. 이른바 ‘자유무역’의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개선되지 않고는 제3세계 생산자는 만성적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이 여기서 나온다. 공정무역운동은 자연스럽게 생산자에게 제값을 주고 다국적 기업들에 책임을 일깨우는 ‘대안무역(Alternative Trade)’운동으로 발전한다.
NGO들은 ‘대안무역’ 인증서를 붙여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를 시도하기도 하고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고발하기도 한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효과는 마침내 나타나고 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의류업체 갭이 고개를 숙였고 이번엔 나이키가 반응을 보였다. 충분치는 않지만 희망적인 변화의 조짐이다. 이젠 ‘윤리경영’이란 말이 기업에 당연한 명제가 되지 않았는가. 계란은 안돼도 풀뿌리는 바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요즘이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2005-04-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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