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삼국지/이호준 인터넷부장
수정 2005-04-13 07:45
입력 2005-04-13 00:00
오죽하면 누구 집 변소에 찢어진 책이 걸려 있다는 정보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을까. 삼국지를 처음 읽은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박종화의 월탄 삼국지였다. 마을 유지 집에서 그 거대한(?) 한 질의 책을 발견했을 때의 심정이야말로 산삼을 본 심마니의 그것이었다.
절대 더럽히지 않겠다는 맹세와 함께 빌려온 책을 읽기엔 밤이 너무 짧았다.“기름 닳는다, 불 끄고 자라.”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얘기를 동료에게 하며,“요즘 애들은 삼국지 안 읽지요?”라고 묻자 뜻밖의 대답을 한다.“더 열심히 읽어요. 삼국지게임을 잘 하려면 책 읽는 건 필수랍니다.” 목적이야 어떻든 열심히 읽기만 한다면….
이호준 인터넷부장 sagang@seoul.co.kr
2005-04-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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