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대구행 고속버스/육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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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4-07 07:31
입력 2005-04-07 00:00
며칠전 밤에 급히 대구에 갈 일이 생겨 집 가까운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했다. 버스 출발시간을 불과 수십초 앞두고 허겁지겁 올라탔더니 글쎄, 차 안이 텅텅 비어있질 않겠나. 잘못 탔나 해서 잠시 내렸다가 운전기사에게 물었더니 대구행이 맞단다. 숨을 고르고 차 안을 죽 훑어봤더니 중간쯤 좌석에 아예 자리를 깔고 누운 젊은이와 내가 승객의 전부였다.

고속버스를 전세내서 타고 가는 기분이라 머쓱해서 고속도로에 접어들 무렵 기사에게 슬슬 말을 걸어 보았다.

“승객 2명 태우고 가는데, 이거 돈벌이 되나요? 버스회사나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잖아요.”

“장사하는 사람이 오늘같은 날만 봐서는 안 되지요. 이렇게 텅 비다시피 해서 운행하는 날은 저도 처음입니다.”

나라경제가 심히 우려돼서 이런저런 걸 캐물었더니 서울∼대구간 편도운행에 기름값이 7만원 들고, 고속도로 이용료, 기사 일당 등을 합치면 승객 15명은 타야 손익분기점이라는 얘기를 들려줬다. 상황이 이쯤되면 기사의 입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나와야 정상인데, 그는 의외로 담담한 눈치다. 할 일 없는 사람이 쓸데없이 나라걱정·경제걱정 한다더니, 아니 그럼 내가 바로 그런 사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5-04-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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