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전화받기/이목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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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3-29 07:58
입력 2005-03-29 00:00
“어이∼, 이목희씨, 오래간만이오.” 전화를 걸면 이쪽에서 뭐라고 하기 전에 먼저 아는 척해 주는 언론계 선배가 있다. 전화번호를 꼼꼼히 입력해 놓고, 이름이 함께 뜨도록 했을 것이다. 별일 아닌 듯싶으면서도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인정받는 느낌이랄까.

마흔을 넘긴 기자들은 대체로 전화를 무뚝뚝하게 받는다. 상대의 기를 꺾어야 취재가 잘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회사로 걸려오는 전화는 기사에 항의하는 내용이 많았던 탓도 있다. 수년 전 회사 차원에서 ‘전화 친절 운동’을 벌였었다. 전화를 받으면 “○○부 ○○○입니다.”며 공손하게 시작하라는 권고였다. 제대로 실천이 안 되었던 것 같다.



발신번호를 보고 전화를 골라 받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속박이 싫다.”며 휴대전화가 없는 이들도 있다. 휴대전화 대량보급 때문인지 통화를 위한 기다림의 여유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상대를 미리 알아주는 정도는 못 되더라도 ‘항상 연락이 된다.’는 인식을 주는 게 시대에 어울린다. 귀찮아도 휴대전화를 개설하고, 골라 받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본인에겐 ‘낭만’이 남에겐 ‘이기적’으로 비칠 수 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5-03-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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