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집단기원/이목희 논설위원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5-03-10 00:00
입력 2005-03-10 00:00
미국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주인공 짐 캐리는 별 볼일 없는 방송 리포터다. 일상에 불만이 많던 그에게 어느 날 신(神)의 힘이 주어진다. 자신을 업신여겼던 이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할 때까진 좋았다. 수많은 기도 중 들어줄 것을 고르는 게 귀찮아진 그는 모든 이의 소원이 성사되게 한다. 복권 당첨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는 등 세상은 엉망이 돼버린다.

세계 인구는 60억이다. 신이 전지전능하다해도 개인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기가 쉽지 않을 듯 싶다. 그 때문인지 어느 종교모임에 가더라도 ‘집단기원’이 중시된다. 되도록 많은 인원이 한 목소리로 갈구해 신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자는 취지일 것이다.



아내는 집단기도의 힘을 굳게 믿고 있다. 아줌마들이 공통주제를 정해 함께 기도한다. 가족들에게도 기도 제목을 알려준다. 요즘은 ‘큰 아이의 장래’가 대상이다. 형과 자주 다투는 둘째에게 형을 위한 기도를 닦달한다. 둘째는 “기도는 시킨대로 했지만, 마지막에 ‘내 진심은 아닙니다.’고 고백했다.”며 엄마 눈치를 살핀다. 아내는 “솔직한 게 좋다.”고 넘어갔지만, 집단기원의 효험은 어찌 되는 건지 궁금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5-03-10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