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성공단의 현주소/배국열 土公 개성사업처 분양팀장
수정 2005-03-07 07:46
입력 2005-03-07 00:00
시범단지의 개발 열기는 더욱 뜨겁다. 작년 말 리빙아트와 에스제이테크의 공장이 준공하였고, 현재 8개 공장 건축이 한창이다.
아침에 출근하는 근로자들의 행렬도 장관이다. 남쪽에서는 건설자재와 남한 근로자를 실은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올라오고 있으며, 북쪽에서는 북한 근로자를 실은 만원 버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필자는 작년 6월 시범단지 입주업체(15개)를 선정하였고, 그들의 개성공단 입주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았다. 지난 1월27일 이들 입주업체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개성공단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의 다른 공단보다 경쟁력이 없다고 한다. 왜 그러하냐고 물으니까,“통행규제가 심하고, 북측인력의 노동생산력이 낮다.”고 한다. 물론 앞으로는 점차 개선되겠지만 현장의 애로사항을 풀어 나가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여야 한다.
요즘 들어 출입규제가 더 강화된 것 같다. 조업중에 부품이나 부자재가 없을 경우 신속하게 남한으로부터 조달해야 할 텐데 출입이 자유롭지 않으면 출입기간 동안 조업을 중단해야 할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완제품의 출하도 신고한 물량과 조금만 차이가 나도 출하를 막고 이로 인하여 바이어로부터 클레임을 당할 수도 있다. 이들 업체에 의하면 “출입규제가 심해 중국에 비하여 물류비가 비싸고 이에 따라 공장건축비도 비싸다.”고 한다.
개성공단 출입문제는 남북분단의 현실로 볼 때 빠른 시일 내에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발업자인 토지공사는 북측이 ‘개성공단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고, 입주업체의 기업 활동을 위해서는 중국 선전과 같이 출입이 원활하여야 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북측에 꾸준히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의 메시지가 북측 고위층에 전달되어 하루속히 출입문제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개성공단 개발현장이나 입주공장에는 현재 북측 근로자 14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입주업체들은 북측이 더 적합한 인력을 조달해줄 것과 채용한 근로자가 열심히 일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으나,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반세기동안 다른 경제체제에 살아온 북측 근로자가 기대만큼 일해 주길 바라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리민족은 전통적으로 손재주가 좋고 근면하기 때문에 입주업체나 북측근로자가 서로 노력하면 노동생산성은 점차 향상되리라 믿는다.
이제 봄이 되면 전기와 통신이 개통될 것이고, 공장건축이나 조업도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토지공사에서는 새로운 입주업체를 선정하기 위하여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성공단의 본궤도 진입은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린 성과이고 우리 민족의 염원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개성공단이 우리민족만의 것이 아닌 동북아의 것 나아가 세계적인 공단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할 것이다. 그 땀은 개성공단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모아져야 한다. 정치논리에 휘둘려서도 안 되고 특정기업의 이익을 위해 개성공단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일이 벌어져서도 안 될 것이다.
여기에는 북측도 예외일 수가 없다. 하루빨리 관리위원회에 북측관계자를 파견시켜 입주기업의 활동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중국공장을 방문하면 부시장이 영접하는데, 개성공단은 애로사항을 말하려고 해도 북측 관계자를 만날 수도 없다.”고 하는 한 입주업체의 하소연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배국열 土公 개성사업처 분양팀장
2005-03-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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