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굴비사건’이 주는 교훈/김학준 수도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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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10-09 00:00
입력 2004-10-09 00:00
40여일간의 경찰수사와 이에 따른 ‘말의 성찬’이 끊임없이 이어졌던 굴비상자 2억원 사건은 7일 안상수 인천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것으로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이번 사건의 실체가 “정체 불명의 굴비상자가 전달되었다.”는 안 시장의 말 그대로였다면 좋았을 것이다.하지만 수사와 언론의 추적이 거듭될수록 새로운 사실들이 ‘굴비 엮이듯’ 드러났고,안 시장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계속 말을 바꿔 스스로 사건을 키운 결과가 됐다.

“굴비사건은 안 시장 혼자서 기획·주연을 하다 ‘오버’해 무대 밖으로 떨어진 꼴”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안 시장은 돈을 건넨 사람을 “전혀 모른다.”고 했다가 “한두 차례 만났다.” “세 차례 만났다.”며 거듭 말을 바꿨다.차라리 “도리상 밝힐 수 없다.”고 했으면 의혹이 증폭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연이은 말바꾸기는 수사상 판단을 떠나 안 시장의 도덕성에 상처를 줬으며,거액의 뇌물을 신고한 ‘쾌거’가 ‘의혹’과 ‘빈정거림’의 대상으로 전락되는 단초가 됐다.공인의 말 한마디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검은 돈 수수가 판을 치던 지난날 같았으면 뇌물을 신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수많은 뇌물 스캔들과 게이트를 딛고 일어선 우리 사회의 발전적 흐름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깨끗하기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공인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며,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안 시장은 자신의 개인적 불행이 우리 사회가 도덕적으로 더욱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 할 것같다.

김학준 수도권부 기자 kimhj@seoul.co.kr
2004-10-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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