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행정수도, 사회적 고려도 필요하다/김경홍 논설위원
수정 2004-10-05 09:38
입력 2004-10-05 00:00
지금까지 행정수도 이전 논쟁은 ‘천도냐,행정수도 이전이냐’부터 시작해서 국제경쟁력,이전비용 문제 등 주로 역사·정치·경제적 측면만 부각되고 있다.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국제적·정치적·경제적 이해득실은 거시적이고 하드웨어적 측면이 강하다.하드웨어적 접근은 당연하지만 이제부터는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행정의 효율성이라든가,국민들의 삶의 질이라든가 하는 사회적·인간적 측면도 살펴볼 때가 된 것 같다.국가와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휴먼파워다.
우리는 경제부처 중심의 정부과천청사 이전과 3군본부의 계룡대 이전,11개 정부 외청 등의 정부대전청사 이전을 경험했다.
정부과천청사의 경우는 지리적으로 서울에 인접해 있어 공무원들의 주거이전이나 신도시 건설은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하지만 정부대전청사 이전의 성패는 아직까지도 미지수다.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7년 완공돼 1998년부터 이주를 시작한 대전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가족중 전 가족이 이주한 경우는 64.3%,단독이주가 26.5%,배우자와 이주 3.5% 등 부분이주도 35.7%를 차지했다.특히 1.1%는 서울에서 통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 가까운 공무원들이 ‘두집 살림’을 하는 셈이다.토요일 오후가 되면 대전청사 앞에는 서울로 향하는 전세버스가 줄을 잇고,일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는 돌아오는 버스가 줄을 잇는다.두집 살림을 하는 이유는 자녀교육이 36.1%,배우자 직업 25.2%,주택문제 23.5% 등으로 나타났다.대전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4000명이 넘으니까 절반 가까이가 가족과 떨어져서 생활한다.대전청사를 찾는 민원인들도 월 평균 3만명에 이르지만 대부분 외지인들이다.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낭비되는 비용이 만만찮을 것이다.
신행정수도가 건설된다면 일단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몽땅 옮겨가게 된다.입법부,사법부까지 옮겨가게 된다면 현재 서울에 살고있는 공직자는 출퇴근하거나,이주하거나,두집 살림을 해야 한다.대전청사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규모다.경제와 교육과 문화의 중심이 옮겨가지 않는 한 현대판 이산가족의 행렬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방균형발전이나 수도권 과밀해소도 중요하다.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결단으로 밀어붙이거나 한두가지 측면만 고려해서는 될 문제가 아니다.정치적 힘겨루기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삶의 질 차원에서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2004-10-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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