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을운동회/오풍연 논설위원
수정 2004-09-23 07:49
입력 2004-09-23 00:00
저학년 여자 어린애들의 부채춤은 단연 인기.고사리 같은 손가락에 부채를 든 맵시가 연상 춤꾼이다.부채를 놓친 아이는 그 자리서 울음보를 터뜨린다.공연이 아슬아슬하게 끝나면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고학년은 기계체조,단봉체조,기마전을 뽐냈다.공굴리기,오자미던지기,줄다리기도 재미있었다.전교생이 참여하는 종목은 달리기.선생님이 찍어주는 손도장은 공책과 연필을 받을 수 있는 보증수표.그 때의 콩닥거림이 지금도 느껴진다.
가을운동회의 묘미는 동네잔치.그날만큼은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마음껏 즐겼다.삶은 계란,찐밤,도시락을 이웃들과 나눠 먹었다.신작로의 코스모스는 정취를 더해줬다.그런 가을운동회가 점차 사라진다고 하니 아쉽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2004-09-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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