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반쪽 국제화/이기동 논설위원
수정 2004-09-23 07:49
입력 2004-09-23 00:00
그는 한해 해외로 나가는 한국학생이 16만명에 달하지만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학생은 고작 8000명이라는 통계를 예로 들었다.우물 밖으로 나가는 데만 치중하고 우물 안으로 들어오려는 외국인과 외국문화를 수용하는 태도는 부족하다는 것이다.한국말을 한국인보다 더 잘한다는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는 건 충격이다.
세계화 전문가로 불리는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한마디로 ‘떡을 가장 빨리 키우는 방법’으로 정의한다.그리고 이 국제화의 대표적 특징으로 시장성,투명성,다양성,문화성을 그는 꼽는다.떡을 키우는 데 국적,인종,성별,나이는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그러나 국제화를 미국 일방주의의 다른 이름쯤으로 보는 일부 세태 앞에 이런 정의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홍콩,타이완,싱가포르 등 아시아 경제 중심지를 두루 다니는 다국적 기업의 외국인 직원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언어장벽이다.한국 도시는 이들 도시중에서 도로표지판에 영어표기가 제대로 안 돼 있는 유일한 곳이다.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은 말할 것도 없고,우선 운전을 못하겠다는 말이다.하지만 친미주의자란 말이 욕이 되는 풍토 탓인지,이제는 이를 굳이 고쳐나가자는 소리조차 듣기 힘들다.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한 유럽신문 특파원은 우리의 반쪽 국제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소득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궂은 일을 회피한다.외국인 노동자들이 궂은 일을 맡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다.이들의 진입을 막고,차별하는 폐쇄적 의식을 갖고서는 진정한 선진국 진입은 무망하다.선택의 폭을 더 넓혀 주는 게 국제화라는 것을 한국민들이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2004-09-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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