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이자 소득세율 낮추자/오승호 논설위원
수정 2004-08-24 02:16
입력 2004-08-24 00:00
대출금리 인하를 이끌어 내 가계의 소비지출 확대를 겨냥했던 콜금리 인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한은 박승 총재가 지난주 금융협의회에서 대출금리도 콜금리 인하폭만큼 내려달라고 당부했으나 은행장들은 내키지 않아 했다.콜금리 인하가 은행 수지에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이런 지경에 성장의 엔진인 소비 활성화로 경기회복을 꾀한다는 콜금리 인하 효과를 마냥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콜금리 인하 폭만큼 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데 2개월쯤 걸리는 것이 과거의 예다.그러나 이번에도 먹혀들지는 미지수다.은행들은 콜금리보다는 가계나 기업의 신용도를 더 중요한 요소로 삼는다.유가 폭등,경제 불확실성,36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 등의 변수가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콜금리 인하의 후속 조치를 찾아야 한다.예금금리 인하로 이자소득만 줄어들어 소비에 역효과를 내는 부작용을 막아야 할 시점이다.예금이자 수입을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도 없다.7월 물가 상승률은 4%가 넘는데 예금 금리는 연 3%대 중반이니 이자 수입으로 소비를 할 여력이 없다.주민세를 포함해 16.5%의 이자소득세를 떼는 데다,유가까지 감안하면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 효과는 더욱 커진다.전문가들은 고유가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성장도 물가도 다 놓칠지 모르는 시나리오를 상정해야 한다.경기가 확 풀리지 않는 이상,저금리 기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이자 수입으로 생계를 꾸리는 퇴직자 등 사회 약자들은 치명타를 입게 돼 있다.중산층의 이자 소득이 적다고 해서 이자소득세 인하가 이들 계층에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이들은 이자 수입이 조금만 줄어도 고통이 몇 배 더 커진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현 이자소득세율은 예·적금 이자가 지금보다 훨씬 높았던 2001년 1월 소득분부터 줄곧 적용하고 있다.이 때문에 세율을 저금리 기조에 맞춰 낮춰야 한다.연간 총소득이 일정액을 밑돌면 이자소득세 자체를 면제해 주는 나라도 있지 않은가.세율 인하로 부유층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이런 문제는 최고 36%의 세율이 적용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대폭 낮추는 방법으로 해소하면 될 것이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에서,그것도 부부 합산이 아닌 각자를 기준으로 연간 금융(이자·배당)소득 4000만원 이상을 종합과세 대상으로 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다.세율은 한 번 낮추면 다시 올리기 어렵다.세율 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그러나 현 경제 상황을 구조적 불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연 2조 5000억원가량인 이자소득세가 줄어드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2004-08-24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