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 의무고용의 허실/고수현 금강대 사회복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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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7-31 00:00
입력 2004-07-31 00:00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장애인 의무고용 현황’에 따르면 2003년말 현재 장애인 고용인원은 전체 고용인원의 1.18%인 2만 813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현행 법률에 의한 장애인 의무고용이 전체 고용인원의 2%인데,아직도 우리나라의 장애인 의무고용정책은 겉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애인고용정책의 유형과 주요 수단을 보면 국가가 직접적으로 금전보조를 통해 보상하는 소득보조 프로그램과,직업재활 및 고용지원 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선진국의 예를 들면 미국은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보다는 소득보조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다 1990년 장애인법(ADA) 제정 이후부터는 장애인 고용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여 유럽식 고용정책으로 전환하였다.

우리나라의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지난해 12월29일 국회에서 의결돼 올해 1월29일부터 시행됐다.재활법은 의무고용 사업체의 범위가 당초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우리와 같이 의무고용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프랑스·폴란드·일본·타이완·중국 등이며 OECD국가 가운데서는 절반 정도가 고용할당제도를 취하고 있다.그중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는 의무고용률이나 실제고용률이 높은 것은 물론 의무고용대상 사업장의 범위도 넓다.

정부가 1990년 장애인의무고용제를 도입한 이래 고용의무 미달업체에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부과하거나 초과사업장에는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지급해 왔음에도 뚜렷한 정책발전이나 비율이 낮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노동부가 내놓은 대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거나 장애인 고용률이 1% 미만인 정부기관 및 공기업,산하기관 등 공공기관 42곳과 장애인 고용실적이 전혀 없는 270개 민간기업의 명단을 8월 중 관보에 게재한다는 방침이다.더이상 독려와 지원책만으로는 실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복지정책의 실천은 법제의 강화만으로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1990년에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도 설립했지만 1999년까지 어느 정도 고용률이 증가하다가 2000년부터는 둔화됐다.현행 법제로 개정한 후에도 2002년말에 비해 거의 늘지 않고 있음을 보아도 그러하다.

특히 정부 및 공공기관의 경우에도 전체의 63%가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있고,정부부처도 의무고용률을 넘긴 곳은 국가보훈처 등 대상기관의 45.3%에 불과하다.

공기업과 산하기관 역시 28.2%에 그치고 있다.따라서 장애인고용촉진제도가 정착되려면 정책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서 장애인 고용의 확대가 이루어진다는 정책의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고용비율을 규정하고 있다.현재의 2%도 지키지 않는데 더 올리면 실적이 낮아진다는 식의 정책기조는 소극적 정책을 예견하는 바탕이 된다.비율을 채우기 급급하기보다는 장애인이 차별없이 고용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의무고용제만으로는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보호고용제나 지원고용제를 확대하여 특수형태의 고용을 지향할 때 장애인복지가 구현될 수 있다.고용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것이며,이를 위해서는 노동부와 보건복지부의 긴밀한 정책협조가 요구된다.

장애인의 종류와 특성에 맞는 교육훈련체제도 공급돼야 한다.일단 사업장에 고용 배치된 장애인은 지속적인 직업 활동이 가능하도록 직업재활 전문인력을 통한 상담과 관리가 필요하다.초과채용업체에 대해서는 장려금지원보다는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방법도 있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의 범주를 확대하고 있고 그에 따라 등록장애인의 수도 늘어날 것은 뻔하다.따라서 현재와 같은 소극적 정책기조로는 자칫 고용률의 역효과도 예상되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정책추진이 요구된다.

고수현 금강대 사회복지학 교수
2004-07-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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